
건강 기사를 읽다 보면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조언이 있다. “매일 30분 이상 걸으세요”, “오래 앉아 있지 마세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세요”라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현실적인 생활수칙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실천 목록이 아니라 할 수 없는 일의 목록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2012년 경추 5·6번 골절로 사지마비 진단을 받은 뒤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다.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방식의 운동은 의지를 내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는 것도 게을러서 선택한 생활습관이 아니라 장애로 인해 주어진 현실에 가깝다.
그래서 “앉아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문장을 볼 때면 맞는 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 한편이 답답해진다.
내가 실천할 수 없는 건강수칙 앞에서
얼마 전 고혈압과 고혈당, 고지혈증이 혈관을 손상시킨다는 기사를 읽었다.
기사에는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화면을 보며 잠시 생각이 멈췄다. 휠체어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내게 “덜 앉기”는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 것일까.
처음에는 운동을 할 수 없으니 혈관 건강도 남들보다 지키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사를 다시 읽어보니 혈관 관리는 운동 한 가지만으로 결정되는 일이 아니었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복용하며,
식사를 조절하고 흡연과 과음을 피하는 것도 중요한 관리 방법이었다.
나는 당뇨 환자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
눈에 띄는 증상이 없는 날에는 약의 필요성을 잊기 쉽지만, 당뇨는 통증보다 혈관 안에서 서서히 진행되는 변화가 더 무서울 수 있다.
약을 챙기는 일과 정기검사를 받는 일은 운동하기 어려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중요한 혈관 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가지 질환은 다른 방식으로 같은 혈관을 공격한다
고혈압은 높은 압력을 혈관 벽에 지속적으로 가해 혈관 내피를 손상시킨다. 심장은 더 강한 힘으로 혈액을 보내야 하므로 부담이 커진다.
고혈당은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을 높여 혈관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상지질혈증은 손상된 혈관 벽에 LDL 콜레스테롤이 침투하고 산화되면서 염증세포가 모이는 죽상동맥경화를 촉진한다.
이 과정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혈관 안쪽이 손상되고 LDL 콜레스테롤이 쌓인 뒤 염증 반응과 플라크 형성이 이어진다.
플라크가 커지면 혈관이 좁아지고, 파열되면 혈전이 생겨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나처럼 활동량을 늘리기 어려운 사람은 체중과 대사 건강 관리에서 불리한 조건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불리하다는 말이 포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운동을 못한다는 죄책감보다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요소를 더 세심하게 챙기는 편이 현실적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혈관 관리
첫째는 내 숫자를 아는 것이다.
일반적인 정상 참고치는 혈압 120/80mmHg 미만, 공복혈당 100mg/dL 미만, 총콜레스테롤 200mg/dL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당뇨 환자의 치료 목표는 나이와 합병증, 저혈당 위험, 심혈관질환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총콜레스테롤만 보지 말고 LDL·H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당화혈색소까지 의료진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둘째는 처방약을 임의로 끊지 않는 것이다.
수치가 좋아졌다고 느끼거나 별다른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약을 중단하면 다시 악화될 수 있다.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혼자 참거나 끊기보다 약의 종류와 용량을 조정할 수 있는지 상담하는 것이 먼저다.
셋째는 식사를 ‘벌’처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구성을 바꾸는 것이다.
활동량이 적다고 무조건 굶는 것은 영양 부족과 근육 감소를 부를 수 있다.
단 음료와 잦은 간식, 지나치게 짠 음식과 국물 섭취를 줄이고 채소·콩·생선·통곡물 등으로 식사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이 더 지속 가능하다.
구체적인 섭취량은 당뇨 치료와 신체 상태를 아는 의료진이나 영양사와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넷째는 운동이라는 단어를 내 몸에 맞게 다시 해석하는 것이다.
나에게 걷기나 계단 오르기를 요구할 수는 없다. 상체 움직임이나 보조를 받는 관절운동도 손상 부위와 현재 기능에 따라 가능 여부가 다르다.
따라서 인터넷 영상을 따라 하기보다 재활의학과 의료진에게 내가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움직임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할 수 있는 동작이 없거나 제한적이어도 그것은 의지 부족이 아니다.
운동하지 못해도 관리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다
질병관리청은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이 있다면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도록 권고한다.
세계보건기구도 장애가 있는 사람의 신체활동은 건강상태와 능력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일반인 기준을 억지로 따라가는 것보다 안전한 범위를 의료진과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나는 여전히 하루의 대부분을 휠체어에 앉아 보낸다.
그 사실을 단기간에 바꿀 수는 없다. 대신 오늘 먹은 음식과 약을 돌아보고, 다음 검사에서 확인할 항목을 기억하며, 내 몸에서 평소와 다른 변화가 없는지 살필 수는 있다.
혈관 관리는 완벽한 운동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가능한 행동을 오랫동안 이어가는 일에 가깝다.
“운동하세요”라는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쉬운 조언이지만 장애인에게는 닿을 수 없는 말이 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좌절이 아니라 대안이다. 운동을 못한다는 이유로 건강관리 전체를 포기하지 않고, 식사·복약·검사·의료 상담이라는 다른 축을 단단하게 세우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혈관 관리법이다.
[출처]